보라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면 상시고용 50인 이상 300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는, 해당 사업장의 보건관리 업무를 맡은 산업의학 전문의에게 3개월에 한번씩 보건관리를 받도록 되어있다. 이 영화는 위 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현장보건관리를 1년 여간 촬영한 기록물에서 출발한다. “올 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으응, 소주 두 병 정도 먹지.” 마네킹 공장의 노동자가 건강검진을 받는다. 하루 종일 분진과 소음에 시달리는 그의 몸은 의사의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쇠해 있다. 가장 좋은 치료약은 휴식임을 알고 있지만, 의사도, 환자도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네트워크 시스템을 관리 해주는 거죠. 만지고 IP 조절 해주고… 뭐 그게 단데? 전 우주를 연결한다는 인터넷 네트워크의 서버는 용산의 어느 구석진 사무실에서 돌아간다. 24시간 빈틈없는 초고속 서비스를 위해 작고 네모진 그 곳에서 밤샘 노동을 하는 이들은, 컵라면과 채팅창을 친구 삼아 디지털 세계를 ‘관리’한다. “하드가 인식이 안 되더라구요, 안에 있는 데이터들… 다시 살릴 수가 있을까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수많은 기억들은 하드디스크와 메모리카드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러한 일상의 순간들을 SNS를 통해 타인과 공유하고, 때로는 경쟁적으로 프로페셔널한 장비들을 구입하는 사람들. ‘글로벌’하고 ‘디지털’해지는 세계에 열광할수록 현실의 풍경은 스산해질 따름이다.
감상 가능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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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go Jay
4.0
'인과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게하는 다큐. 법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형태에 개별성이 눌려져 있다는 사실과 법조항의 헛점도 드러낸다. 사운드가 중요하게 사용되었고, 고정된 카메라 클로즈업과 입에서 발화되는 대화를 쫓아가지 않는 카메라 워크가 인상적이다. 산업재해를 간접 경험했다. P.S. 이강현 감독의 7년만의 신작이자 첫 극영화인 <얼굴들>(2017)이 기대된다. 부국제 상영, 서독제 초청 * 2011.5.29 KU시네마테크 '한국, 그리고 다큐의 시대' 특별전에서 첫 감상, 2011.9.3 서울아트시네마 '다큐멘터리의 진실의 정치학' 특별전에서 재감상, 2017.11.28 왓챠플레이로 세 번째 감상
송준호
5.0
위대한 몽타주를 나는 보았다
장현서
3.5
고통과 재해를 생산공정 붕괴 직전의 한계점 밑으로 유지하고 부속(노동자)의 탈락을 지연시키기 위한 소모적 의료가 이뤄진다. 고통을 동력으로 한 사회는 결국 새로운 의사가 인간의 삶과 기억이 집약된 하드디스크의 증상을 묻기에 이른다. 생산을 목표로 한 타의적 운동에 고통을 겪던 인간은 마침내 스스로 기계가 되는 세계로 진입하며 육체의 운동을 멈춘다. 기록하는 카메라 역시 이러한 시스템에 귀속되어있음을 영화는 간과하지 않는다. 의미를 찾아 헤매는 사진가들에게 어둠은 피사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육체의 운동이 지속하거나 정지하거나, 고통의 색은 어둠 속에서 피어오른다.
재혁짱
4.0
고통의 리듬으로 분방하게 격동하는 영화는 물질적인 카메라의 시선 속에서 켜켜이 적층되는 의미들로 하여금 노동의 현장 속 사회의 체계를 아릿하게 체감시킨다 노동의 통증조차 은폐하며 감각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에서 쓰러질 수밖에 없는 우리들을 보라 쓰라리기 그지 없는 이 사회의 온상이다
영화랑 전혀 관계없는 사람
4.5
영화는 감각되는 것/감각되지 않는 것들의 물질성과 인식 사이의 틈에 대해 질문한다. 공장의 기계 위로 미끄러지는 카메라는 보이는 것에서 의미를 획득하지 못하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감독 혹은 관객(노동자들이 영화를 보면 의미를 알겠지만, 영화에서 그들이 영상을 보는 장면에서 드러나듯이 그들은 의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은 산업 현장 이미지를 보면서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 반면 현장의 노동자들은 그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다. 어떤 버튼을 누르고 어떤 작동을 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그 의미를 알기 위해 조사자들이 현상과 노동자들을 관찰하고 질문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다시 그 조사 현장 또한 담고있다. 영화는 일관되게 그 질문/조사의 순간을 스크린 혹은 공간의 구석에, 후경에 몰아놓는다. 노동자들이 알고 있는 이미지들, 보이는 것, 감각되는 것의 의미는 투입과 산출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감각되는 것 혹은 감각조차 되지 않는 것들, 그 물질성이 자신의 몸에 쌓여 어떤 결과가 산출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그 인과관계는 감각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숫자, 수치, 각도, 주기 등등이 질문된다. 구로 공단으로 카메라가 옮겨오면, 기계들 자체가 추상화되어 버린 현장과 마주한다.
doona
5.0
고통은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와도 같다. 그렇게 천천히 쌓이고 나는 죽어간다. 그렇게 내 나라는 죽어가는 나를 먼지처럼 쌓아놓는다.
꾸러기맨
3.5
우리가 누리고 이용하는 사물들 뒤엔 자신의 몸을 깎아 도맡아 처리하는 다른 차원의 사람들을 '보라'
조성호
4.0
이 고통을 보라. 감독의 끈질긴 질문. 보고 또 봐야하는 다큐멘터리! 서울독립영화제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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