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소리
소리의 소리
2025 · 단편 · 한국
28분 · 전체

내 이름은 소리다. 한소리의 소리는 엄마의 소리를 잘라낸다. 엄마의 소리를 튕겨내고 끊어낸다. 외할아버지 장례식이 끝난 직후 내가 뱉어낸 소리는 엄마를 괴롭혔다. 외할아버지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무시하는 소리의 폭력. 사과는커녕 오히려 더 뻔뻔하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엄마를 할퀸다.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웃으면 한다는 합리화를 하고, 엄마를 위한 선택이었다며 내가 행한 소리의 폭력을 정당화한다. 그런데 나는 어디론가 숨고 싶다. [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황민철
2.0
카메라를 참회록 삼은 채, 자책과 변명 사이에서 길을 잃은 사적인 일기장. 화려한 기교보다는 일상적인 공간과 순간들을 담아내는 투박한 관찰자적 카메라로 두 모녀를 응시한다. 상실감에 빠진 엄마에게 씩씩함을 강요하는 딸의 말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품은 꾸며낸 극영화가 도달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이다. 문제는 이 영화가 이런 파편들을 전시하는 데 머물러 정작 감독이 의도한 시놉시스와는 너무도 다른 결과물이 되어버린 점. 설명이 없다면 도달하지 못할 작품의 의도와 목적의 흐릿함이 그저 두 모녀의 대화를 목도하는 사적 다큐멘터리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르네상스형뮤지션
3.5
"대통령이 '계엄령 합니다' 했을 때 너무 무서웠지. 엄마 대화 어떻게 할 거야? / 대화? 가만히 있으면 되지. '네네' 말 잘 들어야지. 말 안 들으면 죽어-." 딸 소리sori가 소리sound를 듣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엄마에게 명령하는 대통령과 다를 바 없음을 깨닫고 소리sorry(사과)하는 따뜻함. 평생 조심하며 산 엄마가 안쓰럽고 이제 편하게 사시라고 손 잡아주고 싶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선하게 살아야 뒷말을 듣지 않는다던 오찬호의 <납작한 말들>이 떠올랐다.
53
2.5
자기고백으로 시작해 자기고백으로 끝나는
sj
3.0
엄마의 소리를 잘라내던 딸이, 비로소 그 소리를 듣기 시작하며, 수영으로 시작해 수영으로 끝난다. 물속에서만큼은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엄마와 달리, 딸은 슬픔에도 기한을 정해주려 한다. “엄마는 참 말을 잘 들어.”라는 말 속에는 사랑과 통제가 함께 섞여 있다. 〈소리의 소리〉는 위한다는 이름으로 행사된 딸의 폭력을, 변명 없이 마주하는 고백이다.
japple
2.5
두 등장인물이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연기를 하듯 작위적으로 느껴질 만큼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실제 영화를 보면 시놉이나 연출 의도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엄마 '길혜'와 딸 '소리' 사이에 별로 갈등이 느껴지지 않는다. 혼자선 먹고 살 수가 없으니, 버려질까 겁나고, 그래서 언제나 수긍해야 했던 엄마. 그와 달리 무언가 먹고 있는 '소리'의 셀프 씬들은 반어적 느낌도 없고, 특별한 의미도 느껴지지 않는다. 의도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앵글과 화질도 좋지 않다. 편집에서의 아쉬움도 있다. 반대로 '길혜'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고, 촬영 또한 '길혜'가 훨씬 뛰어나고 소질도 있어 보인다.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으나, 장애·가족·감동 등 포인트 포커싱이 아닌 영화 자체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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