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가족이 될 수 있어? 어떻게 될 수 있어?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 자식을 낳을 수 있어?”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못 하게 막고 있다고는 생각 안 해?”
레즈비언 딸의 부모이자
무연고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로
혐오와 배제의 세계와 마주한
엄마의 성장소설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 쓰는 작가
김혜진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딸에 대하여』는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인 ‘나’와 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이 경제적 이유로 동거를 시작한다. 못내 외면하고 싶은 딸애의 사생활 앞에 ‘노출’된 엄마와 세상과 불화하는 삶이 일상이 되어 버린 딸.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며 엄마의 일상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김혜진은 힘없는 이들의 소리 없는 고통을 ‘대상화하는 바깥의 시선이 아니라 직시하는 내부의 시선’으로, ‘무뚝뚝한 뚝심의 언어’로 그린다는 평가를 받으며 개성을 인정받아 온 작가다. 홈리스 연인의 사랑을 그린 『중앙역』은 바닥없는 밑바닥 인생의 고달픔을 건조하고 미니멀한 문장으로 표현해 새로운 감각의 ‘가난한 노래’를 완성했고, 소외된 청춘들의 출구 없는 인생을 다룬 소설집 『어비』는 “사회의 부조리를 직시하는 단단한 마음”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김준성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신작 『딸에 대하여』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일면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들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하지만 성소수자, 무연고자 등 우리 사회 약한 고리를 타깃으로 작동하는 폭력의 메커니즘을 날선 언어와 긴장감 넘치는 장면으로 구현하며 우리 내면의 이중 잣대를 적나라하게 해부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한편 ‘퀴어 딸’을 바라보는 엄마가 ‘최선의 이해’에 도달해 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타인을 이해하는 행위의 한계와 가능성이 서로 갈등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는 타인을 향한 시선을 다루는 김혜진만의 성과라 할 만하다.
■엄마의 이야기
“내 딸은 하필이면 왜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요.
다른 부모들은 평생 생각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그런 문제를 던져 주고
어디 이걸 한번 넘어서 보라는 식으로 날 다그치고 닦달하는 걸까요.”
전직 초등학교 교사. 남편은 병환으로 사망. 노인요양병원에서 일하며 딸과 딸의 동성 연인과 한 집에 살고 있다. 일찍이 딸을 돌보기 위해 교사 직업을 그만두고 도배장이, 유치원 통학 버스 운전, 보험 세일즈, 구내식당에서 음식 만들기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끝없는 노동 속에서 살아 왔다. 딸이 대단히 성공적인 삶을 살아 주리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토록 예기치 못한 삶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작품 내내 엄마는 자신에 대해, 딸에 대해, 미래에 대해, 인생에 대해, 독백을 멈추지 않는다.
■그린과 레인의 이야기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며?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며?
다른 게 나쁜 게 아니라며? 그거 다 엄마가 한 말 아냐?
그런 말이 왜 나한테는 항상 예외인 건데.”
그린과 레인은 화자의 딸과 딸의 연인이 서로를 부르는 이름이다. 7년 동안 교제한 사이로, 그린은 현재 대학교 시간 강사다. 동료 강사를 일방적으로 해직한 대학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맞서느라 어느덧 세계와 불화하는 법, 세계를 거부하는 법에 익숙해진 투쟁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선입견과 편견에 갇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은 이들의 이야기에 좀처럼 귀 기울이지 않는다.
■젠의 이야기
“손발이 묶인 채 어디로 보내질지도 모르고 누워 있는 저 여자가 왜 나로 여겨지는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쩌면 나도, 딸애도 저 여자처럼 길고 긴 삶의 끝에 처박히다시피 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벌을 받게 될까.”
화자가 요양원에서 돌보는 노인. 젊은 날 해외에서 공부하며 한국계 입양아들을 위해 일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다 이제는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머무르고 있다. “젊은 날의 그 귀한 힘과 정성, 마음과 시간”을 아무 상관도 없는 이들에게 “함부러 나눠”주고 지금은 충분한 돈을 내고 요양원에 들어왔으나 가족도 없는 치매 노인인 탓에 정당한 대우를 받기는커녕 값싼 요양원으로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다. 평생을 소외된 자들을 돌보는 데 헌신한 삶이지만 정작 누구도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젠의 비참한 노후. 그리고 젠에게 곧잘 자신을 투영하는 ‘나’. 이는 ‘늙은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자리할 수 있는 위치를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뾱뾱
5.0
끝이 없는 노동. 아무도 날 이런 고된 노동에서 구해 줄 수 없구나 하는 깨달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러니까 내가 염려하는 건 언제나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는 동안엔 끝나지 않는 이런 막막함을 견뎌 내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 p.22 실은, 어머니에 대하여
134340
4.5
'나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를 내려놓고 '너를 이해하고 싶다' 까지 가는 과정. '딸은 나와 다르다' 에서 '나는 딸을 닮았다' 를 깨닫는 과정. 생각해보니 닮았다는건 쌍방이네요.
Laurent
4.0
어쩌면 딸애는 공부를 지나치게 많이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불필요한 공부를 내가 너무 많이 시킨 걸지도 모른다. 배우고 배우다가 배울 필요가 없는 것, 배우지 말아야 할 것까지 배워 버린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계를 거부하는 법. 세계와 불화하는 법.
Jimin Hwang
4.5
왓챠 예상평점 은근 정확하군..... 정말 잘 본 소설 중 하나. ‘이게 소설이란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었다. 한 번도 기성 세대의 시각을 제대로 이해하려 해 본 적 없었던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감정들을 좀 정리하고 나서 다시 한 번 차분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이런 소설이 쓰여지고 읽히는 걸 보면 한국도 많이 바뀌긴 했나 봐.
개인주의자
4.0
상관도 없는 남을 위해 싸우는 딸과 엄마. 결국은 상관도 없는 남은 없다는 현실이 가슴을 묵직하게 내려 앉혔습니다.
성유
3.5
자고 나면 나를 기다리는 삶을 또 얼마간 받아들일 기운이 나겠지. 그러니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건 아득한 내일이 아니다. 마주 서 있는 지금이다. 나는 오늘 주어진 일들만 생각하고 오직 그 모든 일들을 무사히 마무리하겠다는 생각만 한다. 그런 식으로 길고 긴 내일들을 지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볼 뿐이다.
이채영
5.0
#딸에대하여 #김혜진 #민음사 😍한줄평 : 단언컨대 2018년 봤던 모든 소설 중 압권, 특히 여성화자로서는 더더욱 만점. 🌟🌟🌟🌟🌟 5점 만점의 5점 . . 여성노동자, 성소수자, 시간강사, 치매노인, 비주류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부풀리지 않은 담담함으로 그려낸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내 약한 감성을 후벼판다. . . 배움과 나이에 관계없이 처해지는 약자라는 사회적 위치. 그 위치의 불합리에 저항함에 오는 폭력의 굴레. 그들 사이에마저 존재하는 갈등과 자기혐오, 몰이해. . . 작가가 그려내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이 책을 읽을수록 더 크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나는 다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곱 씹을수록 맛이 살아나는 문장과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 한국 소설이 나아가야 할 이상적인 방향인 것 같았다. . 소설에 그리고 현실에 실존하는 폭력과 억압이 그들을 그리고 나를 아프게 했다. 선과 악, 그리고 가해와 피해의 구분선이 흐릿해지고 강해지고,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과정에서 어떤 생각이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되었다. 지금도 답을 내리지 못 한 것 같다. . 인간은 본래 자기가 속한 무언가에 대한 공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둔감할 수 밖에 없는 성질을 타고 났다. 순전히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우리는 성인이라고, 예수라고 부처라고 부른다. 나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다만, 나는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해도 연대하고 동행하고 싶다. 김혜진은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정말,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SeanLee
3.5
분명 사려깊게 잘쓴 소설인데 뭔가 답답하다. 인물이나 상황의 변화가 극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탓이다. 그건 작가의 책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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