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즈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램 독자상
*2019 맨부커상 최종후보작*
주의 깊은 방식으로 공동의 기억을 담은, 진정으로 새로운 작품인 아니 에르노의 『세월』은
그야말로 놀라운 업적이다.
- 올리비아 랭, 『이상한 날씨』 저자
의심할 여지없이, 위대한 현대 문학 작품 중 하나!
- 엠마뉴엘 카레르, 『왕국』 저자
“≪여자의 운명 같은 것≫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역사 속에서 그녀의 내면과 그녀의 외부에 흐르는 시간을 느끼게 해주는 모파상의 인생 같은 어떤 것, 존재와 사물들의 상실, 부모, 남편, 집을 떠나는 자식들, 팔아 버린 가구들 속에서 끝이 날 ≪완전한 소설≫을.”
자전적 요소와 사회학적 방법론이 결합된, 자신만의 글쓰기 스타일을 만들며 전세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아니 에르노의 소설 『세월』 개정판이 1984Books에서 출간되었다.
출간 직후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즈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램 독자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한,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으로 여겨지는 소설 『세월』은 1941년에서부터 2006년까지, 노르망디에서 노동자 계급으로 태어나 자라온 것에서 시작해 파리 교외의 세르지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던 교수 그리고 작가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족 사진첩을 넘기듯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자신의 굴곡진 전 생애를 다룬다.
“하나의 삶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을 설명하는 것을 추구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회고 작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생각과 믿음, 감각의 변화, 사람과 주제의 변환을 포착하고 세상과 세상의 과거에 대한 기억과 상상을 되찾기 위해서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경험한 것은 그녀의 손녀와 2070년의 인간들이 경험할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그녀를 쓰게 만드는, 이미 거기에 있는, 아직 이름 없는 감각들을 뒤쫓는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자서전으로 그치지 않는다. 아니 에르노는 이 책을 자서전에서 일반적으로 택하는 일인칭 시점이 아닌, ‘나’를 배제한 ‘그녀’와 ‘우리’, 그리고 ‘사람들’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야기 속 ‘그녀’는 아니 에르노 자신이면서 동시에 사진 속의 인물, 1941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의 사회를 바라보는 여성의 시각이고, ‘우리’와 ‘사람들’은 언급된 시대 속에 형체 없이 숨어 버린 조금 더 포괄적인, 비개인적인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삶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을 설명하는 것을 추구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회고 작업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책 속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세대의 이야기 속에 위치시키면서 개인의 역사에 공동의 기억을 투영하여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비개인적인 자서전’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탄생시키며 커다란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무언가를 구하는 것.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글쓰기를 ‘하강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제자리에 서서 흘러가는 것들을 쓰다듬거나 지나간 것들을 불러들이는, 즉 회상의 과정이 아닌, 시간의 결을 스스로 거스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적힌 모든 언어는 하강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거기에는 시간이란 한쪽으로 기울어져 흘러가 버리거나 사라지는 것만이 다가 아닌 어딘가에 쌓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세월이라는 믿음이 필요할 것이다. 다치고, 깨지고, 풍화되나 단단하게 쌓여 가는 층들, 그녀의 언어는 그것을 하나씩 더듬으며 하강한다. 어느 시절의 목소리들이 다시 들릴 때까지, 어느 순간의 감각들이 되살아날 때까지.
하강의 과정은 재연이 아니다. 그녀는 책에 기록된 모든 순간을, 모든 시대를 다시 산다. 그것은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느낌이 아닌, 육체를 통해 감지하는 감각의 부활이다. 시간의 불가역성 속에서 하강하는 것, 그것이 그녀가 쌓아 올린 혹은 더듬어 내려간 세월이 아닐까. 그러니 책의 첫 문장 ‘모든 장면들은 사라질 것이다’라는 그녀의 예언은 틀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모든 장면은 여기, 그녀만의 언어로 기록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방향이 정해진 시간과 시간의 등에 올라탄 우리는 어쩔 수 없을지라도, 이곳에 적힌 ‘삶’만큼은 사라지는 모든 것들 사이에서 구원받은 것이 아니겠는가.
주+혜
4.0
"사람들의 죽음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이 소설엔 결정적인 사건이 없다. 처음엔 '이게 어떻게 소설이야?'하면서 읽었다. 읽는 내내 해가 지고 또 뜨고 하는 것들의 나열 같았지만 그 세월을 관통하며 지나오는 어떤 이의 삶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나의 삶과 가장 가까운 글처럼 느껴졌다.
샌드
4.0
소설, 에세이, 시 등 다양한 문학의 갈래를 문지르면서 독특한 인상을 남기는 이 작품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담긴 수많은 경험과 생각을 눌러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기본적인 골자에서 건드리는 수많은 것들에 대한 흥미로운 지적 자극이 가득하고, 사회와 인간에 대한 진솔하면서도 가감없는 기록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저는 아니 에르노의 첫 작품으로 이 책을 보게 됐는데, 이 책이 그녀의 최고작이라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모든 걸 대표할 수 있을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라 하면 이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쥬니
4.5
무뎌져 가는 자신을 다시 글쓰기로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단상, 몽글거리는 감정, 그 모든 걸 붙잡고 싶다.
open u r eyes
4.0
햇살에 반짝이는 올리브나무 앞을 보며 생각한다. 지금 어딘가에서 메마른 땅을 견디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풍경을, 이 향기를 전해주고 싶다고. 나는 언젠가 당신의 나무에서 열리게 될 열매를 미리 맛보고 왔다고. 당신의 시간과 오늘의 감사한 햇빛이 농축된 귀한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풍경을 내가 지금 보고 있다고. 그러니 잠시 뒤틀린다 하여도 뿌리째 뽑아 내던지지는 말자고, 몽둥이를 들고 때리지는 말자고, 미친년이 돼도 좋 으니 차라리 달려들자고, 흔들려도 뒤틀려도 뽑히지 않는 나무가 되자고. 반드시 열릴 당신의 열매를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무엇보다도 당신 자신을 위해_p.191
heyyun
4.0
읽으면 같이 세월을 보낸 것 같이 느껴지는 책. 프랑스의 역사를 잘 알았더라면 더욱 재밌게 읽었겠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책 한 권이 저절로 써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
강다른
5.0
앞으로 누군가 문학이 뭐냐고, 시간이 뭐냐고, 기억이 뭐냐고, 세월이 뭐냐고, 인생이 뭐냐고, 역사가 뭐냐고 묻는다면 이 한 권의 책을 내밀어 답할 것이다.
rushmore
4.0
개인의 세월과 역사를 철저하게 타자화하여 우리의 역사, 사람들의 역사로 확장시킨다. 결혼 후 꿈을 포기하고 가정의 일상에 파묻혀 미혼자들과 구분된 삶에 매몰되는 과정을 서술한 중반부가 인상적이었다.
윤준희
3.5
<세월>은 20세기 중반에서 21세기 초반까지 프랑스 사회의 변화를 일상의 파편에서 건져내려는 야심 찬 문학적 시도다. 작품에서의 인칭은 매우 모호한데 저자는 익명화된 개인의 사적 체험을 아카이빙하면서도 ‘나’가 아니라 ‘우리’ 혹은 이따금 ‘그녀’를 작품 속 주요 대명사로 활용한다. 신자유주의 도래 이후 21세기의 소비 사회에서 “우리는 물건들의 시간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와 같은 진술처럼 말이다. 흥미롭게도 ‘우리’ 라는 대명사는 안일한 방식의 동질성으로 환원되지 않고 끊임없는 차이를 드러내며 개인의 삶이 타자 및 사회적 시간과 공-구성되는 것임을 드러내는 소설적 장치로 쓰인다. 에르노는 사적 주체들의 추억 속 일상의 단면, 예를 들어 혁명 및 시위, 대중가요, 유행하는 철학자 및 사조, 광고 문구, 사진 등을 세밀하게 배치하며 거대사 이면의 집단적인 문화적 무의식을 추적한다. 이러한 에르노의 작업은 거대사 중심의 서사가 지니는 재현 불가능성을 폭로하고 역사의 이면에 남겨진 잔해들의 성좌를 만들며 시대의 공기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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