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병원에서 - 조사(弔詞) - 토머스 브라운 두개골의 표류 - 해부학 강의 - 공중부양 - 다섯눈모양 - 상상의 존재들 - 유골단지
2장
디젤기관차 - 모턴 피토의 궁전 - 써머레이턴 방문 - 불길에 휩싸인 독일 도시들 - 로스토프트의 몰락 ? 칸니트페르스탄 - 과거의 해수욕장 - 프레더릭 패라와 제임스 2세
3장
해변의 낚시꾼들 - 청어의 자연사(自然史)에 대하여 - 조지 윈덤 르 스트레인지 - 커다란 돼지 무리 - 인간의 이중화 - 오르비스 떼르띠우스
4장
쏠 베이 전투 - 밤의 도래 - 덴하흐의 스타티온스베흐 ? 마우리츠하위스 - 스헤베닝언 - 성 제발트의 묘지 - 스히폴 공항 - 인간의 불가시성 - 선원 열람실 - 제1차세계대전의 사진들 - 사바강 근처의 야세노바츠 수용소
5장
콘래드와 케이스먼트 - 소년 테오도르 - 볼로그다에서의 망명생활 - 노보파스또프 - 아폴로 코르제니오프스키의 죽음과 매장 - 바다생활과 애정생활 - 겨울의 귀향 - 어둠의 심연 - 워털루의 파노라마 - 케이스먼트, 노예경제 그리고 아일랜드 문제 - 반역 재판과 처형
6장
블라이드강 위의 다리 - 중국 궁정을 위한 기차 - 태평천국의 난과 중국의 개방 - 원명원의 파괴 - 함풍제의 최후 - 서태후 - 권력의 비밀 - 침몰한 도시 - 가엾은 앨저넌 스윈번
7장
더니치의 들판 - 미들턴의 마시 에이커스 - 베를린의 유년시절 - 영국으로의 망명 - 꿈, 동질성, 편지 - 두가지 기이한 이야기 - 열대림을 거쳐
8장
설탕에 대한 대화 - 불지 공원 - 피츠제럴드 가문 - 브레드필드 유년시절의 방 -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의 문학적 소요 - 마술 그림자 쇼 - 친구를 잃다 - 한해의 끝자락 - 마지막 여행, 여름 풍경, 행복의 눈물 - 도미노 한판 - 아일랜드에 대한 기억 - 내전의 역사에 대하여 - 방화, 가난 그리고 와해 - 씨에나의 까따리나 - 꿩 숭배와 기업가 정신 - 황야를 거쳐 - 비밀 파괴무기들 - 다른 땅에서
9장
예루살렘 성전 - 샬럿 아이브스와 샤또브리앙 자작 - 무덤 저편의 회상록 - 디칭엄의 교회묘지 - 디칭엄 공원 - 1987년 10월 16일의 폭풍
10장
토머스 브라운의 봉인된 박물관 - 누에나방 - 양잠업의 기원과 확산 - 노리치의 비단 직조공들 - 직조공들의 마음의 병 - 견본철: 자연과 인공 - 독일의 양잠업 - 죽이기 작업 - 슬픔의 비단
옮긴이의 말
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 소설
360p

생전에 단 네권의 소설을 남겼지만 '제발디언(Sebaldian)'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추종자를 양산한 20세기 말 독일문학의 위대한 거장 W. G. 제발트의 대표작인 <토성의 고리>가 작가 탄생 75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국내에 <토성의 고리>가 출간된 지 8년 만이다. 이번 개정판은 한국에도 출간된 <커버> <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의 저자이자 세계적 북디자이너 피터 멘델선드가 작업한 New Directions판 제발트 시리즈 표지로 선보인다. 본문 전체를 원문과 다시 대조해 전반적으로 표현들을 다듬고 몇몇 오류를 바로잡아 번역의 엄밀성을 높였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주를 보강하고 외국어 고유명사의 표기법도 새로이 손보았다. 더욱 정제된 표지와 본문으로 단장한 이번 개정판은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작가를 그리워하는 제발디언들에게는 또 한번의 감동을, 제발트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발견의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르몽드」의 평처럼 "제발트의 작품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진정한 발견의 기쁨을 누릴 기회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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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폐허와 상실의 시대를 위로하는 위대한 문학
전세계 작가들이 경의를 표하는 거장
제발트 탄생 75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생전에 단 네권의 소설을 남겼지만 ‘제발디언(Sebaldian)’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추종자를 양산한 20세기 말 독일문학의 위대한 거장 W. G. 제발트의 대표작인 『토성의 고리』와 『이민자들』이 작가 탄생 75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국내에 제발트를 처음으로 소개한 『이민자들』이 출간된 지 11년, 『토성의 고리』가 출간된 지 8년 만이다. 이번 개정판은 한국에도 출간된 『커버』 『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의 저자이자 세계적 북디자이너 피터 멘델선드가 작업한 New Directions판 제발트 시리즈 표지로 선보인다. 본문 전체를 원문과 다시 대조해 전반적으로 표현들을 다듬고 몇몇 오류를 바로잡아 번역의 엄밀성을 높였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주를 보강하고 외국어 고유명사의 표기법도 새로이 손보았다. 특히 『이민자들』의 경우 흐릿했던 사진들의 화질을 개선하고 크기와 배열도 독일어판 원서에 가깝게 실었다. 더욱 정제된 표지와 본문으로 단장한 이번 개정판은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작가를 그리워하는 제발디언들에게는 또 한번의 감동을, 제발트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발견의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르몽드』의 평처럼 “제발트의 작품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진정한 발견의 기쁨을 누릴 기회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제발트’라는 우주를 향해
여행을 시작하려는 당신을 위한 최고의 안내서
매혹적인 사유로 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제발트의 대표작
W. G. 제발트는 “문학의 위대함이 여전히 가능함을 보여주는 몇 안되는 작가”(쑤전 쏜택) “현대 작가 중 신비에 싸인, 가장 숭고한 작가 가운데 한명”(『뉴리퍼블릭 북 리뷰』) “현재 가장 많이 토론되고 있는 독일 작가”(독일어판 위키피디아)로 독일 출신 작가 중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숭배자와 연구자를 거느린 작가일 것이다. 2001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망하기까지 그는 몇권의 산문집과 네권의 소설, 세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그밖에도 수많은 에세이와 독일어권 문학을 다룬 탁월하고 논쟁적인 논문들을 발표했는데,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네권의 소설이었다. 제발트의 소설들은 쑤전 쏜택과 J. M. 쿳시, 폴 오스터를 비롯한 여러 작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먼저 영미권에서 크게 주목받았으며, 현재도 많은 문학비평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토성의 고리』는 독일어판에 달린 ‘영국 순례’라는 부제처럼, 고대 이스트앵글리아 왕국의 터였던 영국 동남부지방을 여행한 뒤 쓴 문화고고학적 여행기 같은 작품으로 그의 세번째 소설이다. “인류의 역사소설”(『월스트리트 저널』) “먼 거리를 이동하는 정신적 여행을 기록한 작품 중 최고”(『타임스 리터러리 써플리먼트』)라는 찬사를 받은 이 작품에서 제발트는 가슴을 죄어오는 진지한 비가의 어조로 문화와 문명,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심원하고 냉철한 성찰을 보여준다.
파괴된 문명의 흔적을 따라가는 순례자의 여정
제발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토성의 고리』에도 사실과 허구가 교묘히 섞여 있어 그 경계가 분명치 않으며 소설 속 화자 또한 여러모로 제발트 자신과 겹친다. 1992년 8월 소설의 화자는 고대왕국이 있던 영국의 동남부지방(노퍽주와 써퍽주)을 여행한다. 이 순례의 발단은 화자 자신의 내면적 공허였지만 목적의식 없는 여정은 자주 샛길과 미로로 접어들고 어긋난다. 그러나 이런 이탈 덕택에 화자는 이미 발생했거나 장차 도래할 대재앙의 숱한 증인을 만나게 된다. 제국주의의 광기가 남겨놓은 방랑하는 유대인이나 노예화된 민족, 문명의 흐름에서 비켜난 삶을 살아간 아웃사이더 등의 인간집단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열기가 남겨놓은 폐허의 상징들?파괴된 숲, 청어와 누에처럼 산업적으로 희생된 생물, 버려진 공장, 몰락한 도시?을 마주하며 화자는 “미래의 어떤 대재앙으로 파멸한 문명의 잔해”를 보는 듯한 먹먹한 전율을 느낀다.
폐허에 가까이 갈수록 망자들의 신비로운 섬에 와 있다는 생각은 점점 사라졌고, 그 대신 미래의 어떤 대재앙으로 파멸한 우리 자신의 문명의 잔해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사회의 본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우리가 남겨놓은 금속과 기계의 쓰레기더미 사이를 돌아다니는 미래의 이방인처럼 나 또한 도대체 어떤 존재들이 여기서 살고 일했는지 (…) 이해할 수 없었다.(278면)
파괴되어버린 과거의 잔존물들은 끝없이 이어지고, 이런 여정이 계속될수록 화자는 “한 시대 전체가 끝나는 건 한순간의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마치 “신의 거대한 도시에 있는 [지구라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처럼 느꼈던 화자는 애수와 우울을 관통하며 급기야 몸의 마비까지 겪는다.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역사를 희생자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미 청소년시절에 전쟁과 유대인 학살에 대한 부모 세대의 침묵에 분노했던 제발트는 작품을 통해 역사 속의 고통과 파괴를 다가올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희생으로 간주하는 일체의 담론에 근원적인 이의를 제기하며 전체의 미래를 위해 내세워지는 낙관론의 폭력성을 고발한다. 역사 속의 파괴와 고통은 어떤 약속으로도 보상될 수 없고 인간 문명의 역사는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대재앙이라는 것이다.
고등식물의 목탄화, 모든 가연성 물질의 지속적인 연소는 지구상에서 우리 인간을 확산시키는 동력이다. 최초의 유리등에서 18세기의 칸델라(휴대용 석유등의 일종)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칸델라의 불빛에서 벨기에 고속도로를 비추는 아크등의 창백한 빛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연소이며, 연소는 우리가 만들어낸 모든 사물의 내적 원리다. (…) 우리가 고안해낸 기계들은 우리의 신체나 우리의 동경처럼 서서히 작열하는 심장을 갖고 있다. 인간 문명 전체는 애당초부터 매시간 더 강렬해지는 불꽃일 뿐이었으며, 이 불꽃이 어느정도까지 더 강렬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 서서히 사그라질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199~200면)
글로 그려낸 아름답고 애잔한 역사화
우리에게 기약된 미래가 없다는 통찰을 화자에게 안겨준 몰락의 현장들은 지상 모든 것의 덧없음을 보여준다. 『토성의 고리』에는 화자 혹은 작가 자신의 영혼의 동지라고 할 만한 17세기 인물 토머스 브라운과 1658년에 그가 출판한 『유골단지』(Hydriotaphia)라는 책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이 책은 당시에 노퍽 근처의 들판에서 발견된 단지에 남아 있는 화장(火葬)의 잔해들을 꼼꼼히 관찰한 기록으로 브라운은 “세월의 흐름을 이겨낸 이런 물건들이 인간 영혼의 불멸성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예로부터 해골과 모래시계는 ‘덧없음’(Vanitas)을 상징하는데, 화자가 유골에 관심이 많았던 토머스 브라운의 유골을 추척하는 것은 덧없음이 이 작품의 핵심적인 주제임을 드러낸다.
‘토성의 고리’라는 제목도 마찬가지다. 서양에서 토성은 멜랑꼴리와 시간을 상징하는 천체이다. 시간은 덧없음을 깨닫게 하며 이 덧없음이 낳은 정조가 멜랑꼴리다. 제발트가 서두에 인용한 글에서도 볼 수 있듯 토성을 공전하고 있는 것은 토성의 기조력으로 인해 파괴된 달의 잔해들이며, 따라서 그 고리는 시간의 힘에 의해 파괴된 파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파괴의 불가항력적인 성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그 폐허의 고리는 인간을 비롯해 지구의 어떤 것도 몰락의 운명을 피할 수 없으며 토성의 고리처럼 파괴된 잔해로 지구상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때때로 우리는 이 지구에서 사는 데 결코 적응할 수 없는 종류의 인간들이고, 삶이란 끝없이 진행되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실수라는 생각이 듭니다.(259면)<B



운디네
4.5
최근에 어떤 전시를 보다가 이사람 글이 생각이 났다. 전부 눈으로 봤는데 기억은 다른 감각들로 할 수 있다. 건물은 오래되었고 소리는 주위를 돌았으며 물은 침착하지만 자꾸 아래로 빠졌다. 이따금씩 움찔거렸다. 내가 서있는 섬도 천천히 돌았다. 나는 이것이 모두 깜빡하면 몰입이 깨지는 거친 끄적임같은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안에서 정말로 편안했다. 어디로 데려가도 긴장하지 않았다. 허풍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상맹
5.0
제발트 소설은 비문학처럼 계속 읽는데 왠지 모를 우울감이 연무처럼 나를 급습해온다. 벤야민이 소설을 썼다면 이렇게 썼을 것 같다. 마침 토성의 영향 아래에 있으신 분들이기도 하고. 결국 내가 붙잡는 기억이나 책, 이야기, 영화들은 사실 내 자아를 온전히 투영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제발트가 이야기하는 학술적 사실, 이야기, 혹은 여행과 에세이 그 자체도 제발트의 멜랑콜리와 우울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죽음과 발광, 공허와 폐허. 감정을 말로 하지 않아도 내가 붙잡는 것들만 말해도 전달할 수 있다. 선형적인 발전론적이 아닌 토성의 고리같은 역사관. 먼지와 폐허로 만들어진 고리를 끊임없이 순환하는 역사의 천사. 진보란 모든 노력이 궁극적으로 허망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이 빚어낸 시선의 위조일 뿐이다.
Kafka
3.5
ㅡ나무들은 아직 너무 작아서 내가 나무와 태양 사이에 서면 나무에 그림자를 드리워준다. 하지만 후일 다 자라고 나면 나무들이 내게 그림자를 돌려줄 것이며, 내가 나무들의 유년시절을 돌봐주었던 것처럼 나무들은 나의 노년시절을 돌봐줄 것이다. 나는 나무들에 결속감을 느끼고 있고, 그들에게 쏘네트(십사 행의 짧은 시로 이루어진 서양 시가)와 비가와 송시들을 바친다. 나는 아이들의 이름처럼 나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다 알고 있고, 언젠가 나무들 아래에서 죽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소설인듯 수필인듯,여행기인듯 역사이야기인듯, 서술인듯 대화인듯,미술책인듯 사진책인듯 아주 희안한 글쓰기) (나는 아직 제발트의 추종자는 아니다) (신나게 재밌다가도 5분마다 하품이 나기도하다가 또 가슴 두근거리게 흥미진진하다가 또 무슨 얘기였더라...의 반복)
하루키
3.0
누에(인간)는 일생 동안 몸에서 나온 실(글)로 고치(알 모양)를 만듭니다. 완성된 고치에서 탈피를(새로운 이야기를 시작) 합니다. 순환하는 세계에 익숙해짐을 거부한 채, 덧없음을 담담히-
김병석
5.0
몰락의 잔해 위에 각인되어 숨쉬고, 방황과 고통을 끊임없이 게워내는 세계의 회고록.
류젠
5.0
넘 재미없엇는데 재미잇게 읽어서 모라고 해야할지 모르겟다
heyyun
4.5
제발트 사랑함. 그냥 근심 걱정 세상 다 버리고 제발트 책만 가지고 숨어버리고 싶다.
한탄
읽고싶어요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을 현재로 불러오고 그 위에 사유를 쌓는 과정의 에세이로 보이지만 그 사유탑이 향하는 곳 혹은 사유탑의 형태는 픽션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뒤늦게 깨닫게 하는 서술들에 완전히 매혹된다면 누구나 며칠을 아껴 읽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제발트식 미학의 핵심으로 보이는 건, 역사 속에 매몰된 이름들이 픽션일지도 모르는 서술 과정에서 호명되며 다시 지면 위로 떠오른다는 사실인데, 그 활자에 내재된 그득한 노스탤지어가 어떤 독자라도 정신 못 차릴 지경에 이르게 한다. 제목인 토성은 기호로서 벤야민을 떠올리게 하고 작 중 화자가 행하는 대다수의 행위인 도보 여행은 그런 이미지를 강화시키는데 결국 책을 다 읽은 내 뇌리에 강력하게 각인된 이미지는 인척 하나 없는 쓸쓸한 해변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뼈가지들을 힐긋 돌아보는 벤야민과 허공 위에서 절대적인 시선이 포착했을, 해변의 버즈 아이 뷰가 보여주는 무작위적인 무늬가 그린 띠의 아름다움이었다. 언젠가 파도가 휩쓸어 아름다움은 궤멸하겠지만 파괴의 궤적조차 아름다움의 잔향을 남길테고 이런 작품이 존재하는 한 옅어지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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